새차를 샀다. 몇달을 이리저리 재어보고 따져보고 내린 결론은 이 차. GM대우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꺼리는 완성차 메이커에서 나온 독특한 차. 이제 GM대우는 우리나라 회사가 아니다. 이 차도 독일 opel에서 전반적인 설계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오펠이라하면 가장 쉽게 떠오르는게 오펠 카데트. 예전에 르망의 베이스가 된 모델이다. 로보캅에도 보면 경찰차로 나오는게 바로 그 오펠 카데트이다. 6월에 차를 받고 지금까지 3000km조금 안되게 달렸다. 내가 느낀 이 차..
외관 : 전체적으로 딱히 흠잡을데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뒷태가 졸작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나는 뭐 테일램프의 각도 적당한거 같고 빵빵한 엉덩이가 마음에 든다. 그래도 이놈의 매력이라면 뭐니뭐니해도 눈꼬리를 치켜뜬 헤드램프가 아닐까. 옆태는 독일쪽의 느낌이라 그런지 bmw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 그래서 언뜻보고선 외제차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전면그릴의 소위 돼지코라 부르는 대우마크는 좀 아쉽다. 좀 작게 만들던가 하지.. 너무 크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시보레 그릴로 바꾸거나 아예 대우마크를 떼 버리는 DIY를 많이들 한다. 나도 시보레로 바꾸는 건 괜히 외제차인척.. 하는것 같아 부끄러워 별 흥미가 없는데, 마크자체를 떼는 작업은 어찌할까 고민중이다. 그 외에는 별 불만없음.
내부 : 겉에서 보면 준중형 차체치고는 제법 커 보이나 안으로 들어오면 그리 넓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좁지도 않다. 뭐랄까.. 내몸에 맞춘듯 딱 들어맞는 그런 느낌이다. 센터페시아의 버튼배열도 맘에들고 무엇보다 운전석 전후 높낮이 조정이 용이해서 참 좋다. 회사의 업무용 차인 카니발을 타도 운전석을 맨 뒤로 물러야 적당한데, 이놈의 운전석을 제일 뒤로 물렸다가는 내 발이 클러치에 닿지도 않는다. 아마도 끝까지 제껴놓고 타려면 키가 최소한 2m는 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높낮이 조절도 제법 큰 폭으로 되어 스포티한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최대한 내리고, 안전하고 무난하게 운전하고 싶다면 좀 올리면 된다. 물론 자신의 키에 맞춰서 대부분 조정하겠지만.. 직물시트도 제법 고급스럽고 여러가지 버튼배치도 편하게 되어있다. 라이트작동이 다른차와 다르게 따로 떨어져 있어 처음에 좀 당황했었다. 여기서 한가지 단점을 꼽자면 온도조절버튼의 위치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운전 포지션으로 좌석을 맞추면 내 무릎이 이 온도조절버튼에 닿는데. 버튼위치를 조금 내리거나 올렸으면 나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 외에는 내장재는 고급스럽고 맘에 듬. 이 차를 선택한 두번째가 내부 인테리어의 독특하고 고급스러움 이였다.
성능 : 라세티 프리미어는 기본 모델이 1.6가솔린이다. 세금에서는 유리하지만, 이 덩치에 1.6 엔진은 차체가 많이 힘겨워한다. 해서 내가 선택한것은 2.0디젤. 디젤 승용차는 처음이다. 힘의 여유가 제법 있다. 더군다나 수동모델이라 내가 원할때 필요로하는 토크와 마력을 얻기가 쉽다. 요즘은 언덕길이 반갑다. 쌩쌩 달리던 차들도 언덕길을 만나면 힘이 떨어지는데, 나는 언덕길만 만나면 더 차고 나간다. 남들 힘 떨어질때 넘치는 토크로 앞을 치고나갈때의 그 맛은 참 짜릿하다. 기름은 펑펑 들겠지만.. 지금까지 최고속은 언덕길에서 200km까지만 내 봤다. 더이상의 여유도 있었지만, 휙휙~ 지나가는 가로수들을 보니 좀 겁나더라. 그래서 더 밟지는 못했다. 평지에서 180정도까지는 일정한 속도로 수월하게 가속이 되고.. 조금 더 힘을 주면 200넘기기는 금방이다. 자제해야겠다. 딸린처자식과 누나와 조카들까지 있는데... 암튼 힘이부쳐 스트레스 받는일은 전혀 없다.
안전성 : 전시장에서 이 차에 앉아 문을 닫았을때의 그 육중한 느낌. 이 차를 선택한 첫번째 이유였다. 차가 겉보기와 달리 실내가 좁게 느껴지는 큰 이유중의 하나가 이 문짝의 두께때문이다. 웬만한 국산 대형차보다 더 두껍다. 해서 전면측면 충돌시험에서 가장 높은점수를 받고 있다. 이제 나도 나이가 좀 들어가고 가족들도 있다보니 안전에 큰 비중을 두게 되었다. 페달도 사고가 나면 자동으로 꺽여져 무릎이나 기타 하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고, 기본으로 되어있는 좌우측 에어백도 든든하다. 등급을 sx모델로 선택한지라 자세제어장치를 추가하지 못한게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다른 편의장치는 몰라도 안전에 관련된 옵션은 모든 등급에서 선택할 수 있게 법제화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브레이크도 밟는대로 팍팍 꽂힌다. 내가 이차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라세티 프리미어의 안전성.
소음,진동 : 디젤승용차를 사기로 하면서 제일 걱정이 되었던 부분이다. 정차시에는 시끄럽다..단 차 밖에서 들었을때. 허나 실내에서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나는 이 디젤의 겔겔겔 거리는 소리가 좋다. 그 소리가 내귀에 거슬린다면 소음이 될텐데, 나는 그 소리가 넘치는 엔진의 힘을 보여주는것 같아 내겐 소음이 아니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해서 60km를 넘어간 이후부터는 개솔린보다 오히려 더 조용하다. 개솔린은 속도를 높힐수록 높은 rpm을 쓰는지라 소음이 점점 심해진다. 허나 디젤은 그 엔진특성상 rpm이 개솔린보다 훨씬 낮다. 하여 달리는 상태에서는 개솔린보다 확실히 더 조용하다. 진동에 관해서는... 정차시 핸들에 10원짜리 동전이 세로로 세워진다. 그리 어렵지 않게.. 이정도면 진동도 거의 느끼지 못할 수준이다.
수동모델의 특성 : 먼저 탄 선배님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디젤차인데 시동을 여러차례 꺼 먹었단다. 1톤트럭을 몇번 운전해본적이 있지만, 디젤차는 시동을 꺼먹을래야 꺼먹을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클러치가 너무나 둔감하기에.. 그런데, 이 놈을 처음받고 운전한 날.. 정확하게 시동 세번 꺼먹었다. 클러치가 깊기도 하거니와 전자식악셀이라 그런지 악셀 반응이 조금 늦다. 그러니 예전차로 생각하고 클러치에서 발을 떼다간 푸드득~ 거리면서 여지없이 꺼져버린다. 그러니 반클러치의 구간을 조금 더 늘려야 한다랄까? 이것도 하루이틀만 지나니 내 몸이 이 차에 적응되어 버린다. 그 뒤로는 거의 꺼뜨리는 일이 없었다. 아마도 처음 이차의 운전대를 잡는 사람이라면.. 단언하건데, 한번은 꺼뜨릴거다. (그런데 미스테리한건 각시는 한번도 꺼뜨린적이 없단다. 천재적인 레이서의 감각을 타고난 것일까? ㅎㅎ)
연비 : 2.0 디젤수동 모델의 공인연비는 19km/L이다. 지금 계기판상의 평균연비는 14.8km/L 일단은 아직 주행한지 얼마되지 않은 차이고, 고속도로 주행이 그리 많지 않아 연비에 대한 불만은 그리 없다. 헌데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기로 이 차는 100km정속주행보다는 120~130km로 달릴때의 연비가 더 좋다고 한다. 터보 차량이라 터빈이 고속회전하는 구간에서 효율이 더 좋아서 그런게 아닐까 한다. 고속도로만의 연비는 보통 20km/L를 넘나든다고 하는데, 아직 고속도로만의 연비측정은 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연비 생각하면서 운전하면 1000km주행은 된다고 하니 가득넣고 서울을 왕복해도 한두칸 이상은 남아있을것 같다. 이정도면 연비도 합격점.
무엇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듯 이 놈도 단점이 있다. 일단은 세금이 비싸다. 배기량이 2.0 이니 소나타등의 중형차와 같은 세금을 낸다. 겉보기는 준중형인데, 중형차의 세금을 내는것이다. 50~60만원 정도라 하니.. 1.6모델의 두배 조금 안되는 정도이겠다. 그 외에도 위에서 말한 몇가지 단점이 있지만, 잘 샀다 싶다. 그리고 점점 늘어가는 라세티프리미어를 보며.. 이제 그만 좀 샀으면 싶다. 나는 뭐든 남들이 안하는걸 하고 싶으니까.. ㅎㅎ